레드라이트 (Red Light, 2012) 후기 리뷰
레드라이트
(Red Light, 2012) 후기 리뷰
※ 감상평 부분에서 영화의 결말 및 주요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안 보신 분,
스포일러를 원치않는 분들에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음을 말씀드립니다.
줄거리
물리학자인 버클리(킬리언 머피)는 심리학자인 마가렛(시고니 위버)과 함께 심령현상이 일어나는 현장을
찾아 다니며 현상의 원인을 과학적, 논리적으로 규명하고 있다. 하지만 수많은 사례들 중 진짜 심령현상은
아직 만난 적이 없다. 한편 가장 유명한 심령술사였으나 30년 전 돌연 은퇴를 선언한 실버(로버트 드 니로)가
30년만에 복귀하면서 큰 화제가 된다. 마가렛은 그의 심령술도 가짜라고 여기고 있으나 실버의 집요한 심리적
약점 공격으로 인해 실제로 트릭을 규명하는데는 실패했던 기억이 있다. 마가렛은 자신의 실패를 버클리에게
이야기하며 실버의 심리적인 공격은 위험하므로 실버에게 접근하지 말 것을 권고하지만 버클리는 그를 포기하지
못하고 계속 그에게 집착한다. 실버를 추적하는 버클리를 위협하듯 갖가지 심령현상들이 버클리를 덮친다.
과연 실버의 진실은 밝혀질 것인가?
감상평
그동안 심령술과 과학의 대결이라는 흥미로운 소재 때문에 보고 싶다고 생각은 했으나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있다가 드디어 어제 영화를 보게 됐습니다.
사전에 제목과 소재, 출연배우 이외에 다른 정보는 모두 차단한 상태로 아무것도 모르고 봤습니다.
(정말 보고 싶은 영화는 검색조차 안해보고 아무 정보 없이 봅니다. 그래야 제대로 봤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처음에는 영화의 결말을 보고 벙쪘습니다.
'버클리가 진짜 심령술사인건 알겠는데 그래서 뭐 어쩌라는거지? 이게 웬 뜬금없는 결말인가?'
내가 이해를 못한건가 싶어서 영화를 차근차근 되짚어 보았더니 영화중에 그냥 지나쳤던 많은
복선과 암시들이 모두 개연성을 갖고 촘촘히 깔려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1. 버클리는 왜 진짜 심령술사이면서 정체를 감추고 마가렛과 함께 심령술의 트릭을 파해치고 다니는가?
영화 중간 버클리가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어머니가 병에 걸렸으나 가짜
심령술사의 말만 믿다가 죽었다는 내용입니다.
그로 인해 버클리는 자신이 심령술사이면서도 심령술을 부정하게 되면서 자신의 진정한 모습 또한
받아들이지 못하고 부정하게 됩니다. 그래서 심령술의 트릭을 파해치는 마가렛과 함께 다니며
심령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과학과 논리로 입증하여 부정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버클리는 진정한 자신을 부정하지 말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고 마지막에는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게 됩니다.
2. 버클리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심령현상들은 대체 왜 일어났는가?
실버의 정체를 추적하는 도중 버클리는 수많은 심령현상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 중 하나가 유체이탈 꿈입니다.
유체이탈 상태로 공중에 떠서 침대에 누워있는 또 다른 자신을 마주보는장면이 있었습니다. 이 또 다른 자신은
심령술을 부정하려는 피상적인 의식과는 반대로 무의식속에 존재하는, 심령술사로서의 진정한 자신을 받아들이려는
잠재의식을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마가렛조차 포기한 실버의 트릭을 밝혀내는 것에 집착하여 심령술에
대한 부정을 확고히 하고자 할수록 그에 반발하듯 심령술을 받아들이려는 그의 무의식이 심령현상을 일으키며
그의 활동을 방해합니다.
이 현상의 시작은 실버의 공연에서 처음 나타납니다. 마가렛의 만류를 뿌리치고 단독으로
실버의 공연에 가서 전파 추적장비 스위치를 켜는 순간 기계가 폭발하며 전면 유리창이 깨집니다.
이 부분에서 버클리, 그리고 영화관객들마저 이 현상은 실버가 의도해서 발생한 것이라고 믿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그 이후 일어나는 모든 현상도 실버의 소행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실버는 그런
현상을 일으킬 능력이 없는 사기꾼임이 결말에 드러납니다. 사실은 장비의 폭발은 트릭 규명을 막으려는
버클리 자신의 무의식이 저지른 일이었습니다.
후반부 실버의 초능력 증명실험 영상에서 트릭을 찾으라며 학생에게 시키고 자신은 나가는 부분에서
주변의 장비들이 폭발하지만 신경쓰지 말라면서 버클리는 그냥 나가버립니다. 이 때 심령현상의 원인이
실버가 아닌 버클리 자신에게 있음을 받아들인 시기임을 알 수 있습니다.
3. 마가렛은 누가 죽였나?
마가렛이 갑자기 쓰려져서 병원에 실려가게 되고 결국 사망합니다. 과거 실버의 은퇴 직전 발생한
실버를 부정하던 사람의 사망사건을 통해 영화관객들은 실버가 자신을 부정하려는 사람을 죽일 가능성도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버클리를 둘러싸고 발생하는 심령현상들 또한 그러한 생각을 뒷받침하게 됩니다.
원래 실버를 부정해왔으며 실버의 복귀 이후 실버의 조수와 방송에서 설전을 벌인 마가렛이 죽는다면
당연히 실버와 연관지어서 생각하게 됩니다. 마가렛이 들고 있던 스푼이 구부러지는 일이 발생하면서
이러한 인식은 더욱 강해지게 됩니다.
하지만 실제로 마가렛이 죽은 원인은 병입니다. 영화 중간중간 여러차례 마가렛이 약을 먹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리고 사망 이후 병원에서 밝혀진 원인도 혈관 관련 질병이었다는 것이 언급됩니다.
실버 은퇴 전에 발생했던 사망사건도 당시에 그냥 자연사로 결론이 났다는 얘기가 이미 언급이 됐습니다
그저 우연이 겹친 일이었을 뿐이죠. 실제로 그런 일을 벌일 능력이 없는 사기꾼이라는 것도 영화 결말에
드러나게 되구요.
4. 결말
실버는 자신에게 도전하는 버클리에게 미리 준비한 무대장치를 이용해 무대가 박살나고 조명이 나가는 연출을
통해 심령능력이 있는 것 처럼 행세합니다. 하지만 버클리는 그의 재롱을 비웃 듯 나간 조명이 다시 불이 들어
오도록 합니다. 관중들이 보고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어떻게 한거냐고 묻는 실버에게 버클리는 자신이 늘 갖고 다니던
동전을 던져주고 실버는 엉겁결에 그 동전을 받습니다. 이 동전은 맹인 행세를 하던 실버가 날아오는 동전을 손으로
받음으로 인해 맹인이 아님을 대중앞에서 증명하는 역할도 하고 있지만 이제는 실버와 버클리의 입장이 뒤바뀌어
지금까지 버클리가 해온 상대의 능력을 의심하고 파해치는 역할을 실버에게로 넘겼다는 것을 상징하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호흡기에 의지하여 연명하고 있는 마가렛의 아들의 호흡기를 떼어냅니다. 사후세계가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면 아들을 놓아주겠지만 그동안 어떤 심령현상도 진실로 판명하지 못해 계속 아들을
놓아주지 못하고 붙잡고 있다가 결국 아들보다 먼저 죽은 마가렛을 대신하여 자신의 심령능력을 받아들이고 마가렛이
평생 찾아내지 못한 세계가 정말로 존재함을 깨달은 버클리가 마가렛의 아들을 보내주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5. 진짜 트릭은 따로 있었다
버클리는 동전을 이용한 마술을 보여주며 시선을 다른 곳으로 집중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언급합니다.
그 말대로 실제 이 영화는 실버라는 가짜 심령술사에게 시선을 집중시킴으로써 진짜 심령술사인 버클리를
감추고 있습니다. 실버가 공연에서 행하는 심령술은 대부분 이미 트릭이 드러난 뻔한 술수들이었고, 진짜 심령현상으로
보이는 현상들은 전부 버클리의 주변에서 일어난 것이죠. 하지만 영화관객은 정황상 실버가 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실버에게만 집중하게 되어 모든 심령현상의 중심에 있는 버클리는 의심조차 안하게 됩니다.
총평
많은 반전 영화들이 결말의 한 장면으로 인해 모든 장면들이 하나로 연결되며 '아!' 하고 탄성을
지르게 되는 반면 레드라이트는 '응? 뭐지? 음... 음... 음... 아...' 하는 느낌이랄까요.
얼핏 보면 뜬금없는 결말이지만 그 결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복선과 암시를 준비해 놓았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마 제가 놓치고 지나친 부분도 많을겁니다. 시간이 되면 다시 한 번 보면서
제가 놓친 부분들을 찾아보고 싶네요.
생각하고 곱씹어 볼수록 감탄하게 되는 영화, 레드라이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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